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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인 부에노스아이레스 (2번째 독후감) 작성일 2017-07-06


예전에 읽긴 읽었으나 오래 돼 내용이 가물가물해졌다.
다른 것도 아니고 '땅고'에 대해 쓴 책이니만큼 다시 한 번 읽어봤다.
자세한 건 잊었어도 예전에 읽을 때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던 느낌은 남아 있었다.
책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땅고에 대한 나의 생각은 주류에서 벗어난 비주류에 가깝다.
무엇보다 '땅고 = 에로티시즘'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책에는 "섹스가 육체의 위안이라면, 탱고는 영혼의 섹스"란 문장이 37쪽과 422쪽에 두 번 나온다.
글쓴이는 이 표현을 상당히 좋아하시는 것 같다.
영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다.
'원인과 결과'의 틀로 땅고를 바라본다면
내가 보기에 에로티시즘은 소통의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사람도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가 있고 안 통하는 상대가 있고,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단계 더 나아가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함께 땅고를 춘다고 아무하고나 다 영혼의 섹스를 나눌 순 없다.
오히려 이런 경우는 꽤 드문 편이다.
만약 춤 출때마다 그럴 수 있다면 천재이거나 미친 놈이다.
직업 댄서는 영혼의 섹스를 나누는 척 몸과 표정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다.

또 111-115쪽에 걸쳐 땅고 댄스에 대해 여섯가지 항목으로 정리해 놓았던데
그래비스트인 내 눈엔 별로 만족할 만한 답변이 아니다.
그래서 조목조목 토를 달았다.

    (1) 탱고는 남녀가 근접해서 추는 춤이다.
    (내 생각) ==> 커플 댄스니까 당연한 말이긴 하나
    커플 댄스 중에서도 유독 밀착이 심하단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밀착은 땅고의 필수 조건이 아닐 뿐 아니라,
    몸만들기가 안 된 상태에서 다짜고짜 밀착을 해 대니
    여자가 남자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기괴한 장면이 종종 목격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혼자 추는 춤의 목적은 중력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지구 사이
    '작용/반작용'에 의한 소통이다.
    더불어춤의 목적은 사람과 사람 사이 '작용/반작용'에 의한, 언어를 초월한 소통이다.
   
    (2) 탱고는 하체를 쓰는 춤이다.
    (내 생각) ==> 댄서들이 '간초', '볼레오' 같은 동작 하는 걸 관찰하고 쓴 것 같다.
    '하체'가 골반을 가리킨다면 어느 정도 맞지만,
    이 경우 다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봐야 하므로 틀렸다.
    모든 더불어춤은 무게중심과 속근육을 써서 움직여야 한다.
    우아한 몸동작은 '몸 힘'에서 나온다.
    팔 힘, 다리 힘은 더불어춤 동작을 천하게 만드는 원흉이다.

    (3) 또 다른 특징은 동작의 즉흥성이다.
    (내 생각) ==> 즉흥성이란 정해진 틀 안에서의 즉흥성이다.
    늘 함께 춰 왔던 상대와는 익숙한 패턴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조합하는 것 뿐이다.
    글쓴이도 지적하였듯 무대 위에서 행해지는 땅고의 경우 발레와 마찬가지로 안무가 존재한다.
    이 경우는 즉흥이란 말을 쓰기엔 거시기 하다.

    (4) 탱고는 남녀 두 사람이 추지만, 그 주도권은 항상 남자에게 있는 춤이다.
    (내 생각) ==> '여필종부'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표현이다.
    주도권이 항상 남자에게 있는 건 아니다.
    주도권이 남자에게만 있다면 소통이 될 리 없다.
    남자가 몸으로 보낸 메시지를 여성이 받아 되돌려 보내는 과정에서 왔다 갔다 한다.

    (5) 동작의 정교함이다.
    (내 생각) ==> 정교함은 화려함으로 연결된다.
    나는 이것을 '쇼땅고'로 인한 폐해라고 본다.
    땅고를 포함한 더불어춤은 '걷기'에서 출발하여, '음악에 맞춰 둘이 함께 걷기'가 전부다.
    이 춤의 본질은 굉장히 소박하다.
    대중의 시선이 소박함을 외면하고 화려함에 쏠릴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유감스럽다.

    (6) 탱고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멈춤'으로, 그것은 또한 '선(線)'이기도 하다.
    (내 생각) ==> 더불어춤을 출 때 가끔 멈춤이 일어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잠시 동작은 멈추더라도 음악이 계속되는 한
    자신의 내면에서 흐름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모르면 멈춤을 정말 멈추는 것으로 오해를 한다.
    또한 '쇼땅고'에서 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도입된 퍼포먼스로 변질된 측면도 있다.

끝으로 내가 '썸댓땅고' 책을 쓰면서 아르헨티나 피아니스트인 아르헤리치(Argerich)를
언급하지 않았단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니... 나중에라도 보충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저자 박종호
번역
편집
출판사 시공사
출판일 2012051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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