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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는 헛소리 작성일 2018-06-07


'그 남자의 몸만들기' 책 쓸 당시
"합성 비타민은 나쁘고 천연 비타민이 좋다"는 주장을 한 일본놈이 쓴 책을
미처 팩트 체크를 하지 않고 인용하였다가 몇몇 전공자로부터 질책을 받았던 뼈 아픈 기억이 있다.
그 트라우마(?) 때문에 유사 과학에   관해 쓴 책은 가급적 챙겨 보는 편이다.
웬만큼 아는 것 같아도 읽다 보면 모르는 내용이 한 두개는 있으니까.

이 책은 제목만 보면 '과학 = 헛소리'로 오해하기 쉽다.
'뭔 소리야?'란 생각에 자세히 들여다 보면 비로소
'욕심이 만들어 낸 괴물, 유사과학'이란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제목을 잘못 지었거나 쓰레기 언론이 제목 같고 장난 치는 짓을 따라한 듯 보인다.
좀 짜증난다.
전자라면 멍청한 거고, 후자라면 개새끼일듯.
그런데 가만 생각하니 (저자의 의도는 전혀 아니겠지만) '과학이란 헛소리'란 말에
내가 묘한 방식으로 공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지구 나이가 몇천 살에 불과하다는 창조론자의 황당한 주장이나
지구평면설을 주장하는 정신나간 인간들은 무시받아 마땅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근거에 기반한 과학적 사실들도
누군가 연구해 놓은 걸 교양 수준에서 주워 듣는 나 같은 사람으로선 마찬가지로 황당하다.
최초 기억은 고등학교에서 보어의 원자 모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였다.
원자핵 주변을 돌던 전자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른 궤도에 뿅~하고 나타난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건지,
이 따위 걸 과학이라 부를 순 있는 건지 납득할 수 없었고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
부정할 수 없는 수 많은 증거들 앞에서 감히 저항할 순 없으니 그냥 '그런가보네...' 할 뿐이다.

요즘엔 초딩도 다 아는 빅뱅도 그렇다.
큰 거북이 위에 올라탄 몇 마리 코끼리가 땅을 받치고 있다는 고대 인도의 설명이나
특이점이 어느 순간 갑자기 터져 나와 순식간에 우주 규모로 급팽창을 하였다는 거나
결과만 놓고 보면 황당하여 믿기 어렵단 점에선 동일하다.
전자의 설명은 개무시해버려도 무방하지만
후자의 경우엔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넘친다니 차마 개기지 못할 뿐이다.
나 같은 민간인에겐 "신을 믿쓥니다!"는 태도나 "빅뱅이 일어난 줄 믿쓥니다!"나 차이가 없다.

때때로 교양과학서는 강력한 증거를 무기로 "과학을 믿으라!"고 강요하는 듯하다.
'침묵은 금'이라더니 말이 많아지면 확실히 실수를 하기 쉬운 듯...
이런 현상은 과학 지식을 다루는 팟캐스트에서도 발견된다.
비과학적 주장을 일삼는 사람이나 단체를 비난하는 짓까진 이해할 수 있으나
때때로 화자의 말투 속에서 도를 넘은 조롱과 비아냥,
나아가 "무식한 새끼! 이걸 왜 몰라!"라는 모멸적 뉘앙스가 느껴져 불쾌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도 소개한 "밀실에서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는 미신을
오래도록 한국인이 믿었던 이유가 뭐였을까?
내심 황당한 줄 알지만 아무도 직접 실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었을 것이다.
실험해 보고 싶어도 '만의 하나 정말로 했다가 죽으면 어쩌지?'란 염려를 떨쳐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은 왜 이리 어리석고 나약한지...
대다수 사람이 비논리적인 몰래 카메라에 그렇게 잘 속는 이유,
다단계 판매가 사기인 줄 뻔히 알면서 여전히 속아서 돈 날리는 사람이 나오는 이유,
여전히 사주명리나 점 같은 업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유가 뭐겠냐.
'안아키' 같은 이상한 사이비 지식에 빠져서 남 자식도 아닌 자기 자식에게
본의 아닌 고통을 안겨주는 한심한 사람들마저도,
예를 들어 커피, 계란, 우유 등을 자칭 과학자들께서 논문까지 써가며
몸이 안 좋으니 먹지 말라 했다가 또 나중엔 먹어도 괜찮다며 오락가락하는 거 보고
같은 논리로 혹시 약이나 백신도 그런 게 아닐까 의심한 결과일지도 모르지.
벌컨 종족은 논리만 맞으면 받아들일지 모르겠으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
"저 새끼 참 팔랑귀네" 비웃어봐야 자기 얼굴에 침뱉기일 뿐이다.
너는 팔랑귀, 나도 팔랑귀, 우리 모두는 팔랑귀다.
저자 박재용
번역
편집
출판사 MiD
출판일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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