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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작성일 2018-02-07


어렸을 때 TV에서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란 미국 드라마를 시청했다.
권위적이고 거만하고 심지어 싸가지 없기까지 한 킹스필드라는 법대 교수가 나온다.
한 에피소드에서 킹스필드가 컴퓨터와 판례 대결을 벌인다.
컴퓨터 기종은 알 수 없지만 IBM 메인프레임급 수준으로 덩치가 컸고
5.25인치조차 아닌 8인치 플로피 디스크로 구동하는 고물이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문제에서 컴퓨터가 킹스필드를 미세하게 앞서 나갔다.
수세에 몰리던 킹스필드는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판례을 들고 나와
컴퓨터에게 판단해 보라 명령하니 갑자기 폭주하며 다운되었고 마침내 인간이 승리했다.
그리고 나서 "비슷한 판례를 검색하는 능력은 컴퓨터가 더 뛰어나지만
앞뒤 모순이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인간만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일장연설을 한 뒤 드라마가 끝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기의 인공지능은 이 분야의 선구자로 불리는 마빈 민스키가 처음 예상했던 것과 달리 계속 죽을 쒔다.
그러다 '왙슨'이 제퍼디 퀴즈쇼에서 우승한 것이 전환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현재 왙슨은 국내 의료 분야에서 활동중이라고는 하던데 오진율이 큰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발전 속도를 보면 근미래엔 의사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상당한 진전을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킹스필드와 대결하였던 드라마 속 재판 전문가 시스템도 더이상 SF 영역이 아닌 것이다.

예전에 모 라디오 방송을 듣던 중 전직 판사가 나와서는 "재판에는 대진운이 있다"는 말을 했다.
사건을 맡은 판사의 성향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사도 인간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겠으나 엄밀히 말해 공정함과 충돌한다.
때가 무르익으면 뇌물이나 인사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컴퓨터에게 판결하라고 시키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엊그제 이재용씨를 그냥 풀어준 황당무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원제 The Paper Chase
감독
개봉연도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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