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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 함께하는 정통 아르헨 작성일 2018-07-28


안 쓰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잡다한 회원증 등을 정리하는 중
성남아트센터 아카데미 회원증을 발견했다.
십 수 년 전 집에서 대중 교통을 이용해 1시간 조금 넘게 소요되는
거길 드나들었던 이유는 땅고 댄스 수업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이다.
제목이 '연인이 함께하는 정통 아르헨(티나 땅고)'로 인쇄돼 있다.
수업명이 이렇게 닭살스러웠는 줄 지금 회원증을 보고서야 알았다.
함께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 중 연인 관계인 커플은 없었고,
중년 부부가 한 쌍 있을 뿐이라서 더 그랬다.

개인적으론 난생 처음 참가한 땅고 댄스 수업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긴 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결말이 좋지 않았다.
메인 강사는 여성이었고, 보조 강사로 참여한 남성이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남자 선생이 좀 문제가 있었다.
땅고의 기본인 살리다, 오초 등 설명하는 걸 듣다 보면
보편적 운동 원리에서 종종 벗어나는 부분이 눈에 띄어 거슬렸다.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고지식한 인간이라 타협할 줄을 몰랐던 데다
'아무래도 저 인간이 돌팔이 같다'는 의심을 한 번 품게 되니
수업때마다 반론을 제기하며 잦은 충돌을 빚었다.

몇 달 후 이 분들이 신사동 가로수길 언저리에 밀롱가를 차렸다.
이따금 방문하여 놀곤 했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상당히 큰 언쟁을 벌였고,
그 때를 끝으로 인연을 끊어버렸다.
결과적으로 타다 만 장작처럼 땅고를 어중간하게 배우다 만 꼴이 돼 버렸다.
차선책으로 다른 땅고 수업하는 곳을 수소문해 몇 군데를 돌아보니
아아, 이럴수가! 다른 곳은 돌팔이만도 못한 양아치들 천지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기할 수 없어 독학이라도 해야겠다 맘 먹었다.
기존에 볼룸 댄스를 5-6년 배운 경력, 태극권 수련 및 명상적 걷기를 통해 쌓은 내공,
몇몇 무술 복원 작업에 참여하며 쌓은 노하우를 총동원하였다.
인터넷 자료와 유튜브 동영상을 반복하여 보며 따라해 본 뒤
과거 볼룸 댄스 출 때 친하게 지냈던 여성분께 양해를 구하고 재연을 해보는 식으로
2-3년 정도 삽질을 하고 나니,
(어차피 간지가 나지 않는 몸이라) 전문 댄서처럼은 아니지만
기본 원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강한 확신이 생겼다.
내가 도달한 결론은 한마디로 땅고는 히로(Giro)와 사까다(Sacada)가 핵심이었다.
물론 더 근본을 따져 들어가면 여타 운동처럼 '걷기'로 귀결되고,
한 단계 더 들어가면 각자 속알(=Core)을 얼마나 깊이 각성한 상태인가로 수준 차이가 난다.
이 성과를 정리하여 낸 책이 '더불어춤, 땅고'였다.
(유감스럽게도 상업적으론 폭망하였다.)

그로부터 약 10년 세월이 흐른 현 한국 사회의 땅고는
내가 돌팔이, 양아치들 때문에 속 썩던 그 때와 비교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하였다.
더구나 남녀가 가슴을 맞대고 추는 땅고만의 '아브라쏘 쎄라도' 방식으로 인해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어려울 거란 개인적 예측과 달리
(물론 여전히 대다수는 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이 문화를 기꺼이 수용하는 계층이 생겨났다는 점이 좀 놀랍기까지 하다.
그래서 나도 이 무리에 꼽싸리 껴서 가능한한 오래 잘 놀아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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