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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상 아줌마들의 기억 작성일 2021-08-22


내가 20대였고 아직 21세기가 오기 전인 오래전 어느 날이다.
세종문화회관 근처 중국 음식점에서 짜장면을 먹고 있었다.
얼마 후 아줌마 서너명이 들어와 옆 테이블에 앉아 잡담을 시작했다.
떠드시건 말건 난 묵묵히 짜장면이나 먹으려고 했으나 목소리가 커서 하는 말이 다 들렸다.
TV에서 야구 중계 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해박한 지식으로 야구에 대해 논하더니,
화제를 돌려 마이클 잭슨의 첫 내한 공연 얘기를 필두로
문화, 사회 전반을 쭉 훑는 것이었다.
동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추레한 옷차림과 말투라기엔 너무 대단해서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자세히 듣다보니 좀 이상했다.

"이번에 쌍방울이 이겨야 표를 왕창 사재기 하는데"
"마이클 잭슨표 잔뜩 사놓지 마, 이번에 잘못하면 공연 못될지도 모른다네"
등등등...

결론적으로 그 놀라웠던 대화의 주인공들은 암표상이었다.
그들의 진지한 대화는 마치 주식 투자가의 민첩한 판단과 과감성을 보는 듯했다.
활발한 최신 정보의 교류가 바로 짜장면을 앞에 놓고 오고 가는
우정(?)어린 대화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이클 잭슨 첫 내한 공연이 언제였었나 구글 검색을 하니 1996년 10월 13일이었다.
그러니까 이 얘기는 1996년 어느 가을에 있었던 실화다.

며칠 전 광화문 앞을 지나다보니 그 때 그 짜장면 집이 아직도 있었다.
피맛골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시대이건만 아직도 영업중인 게 신기했다.
같은 주인이 여태까지 장사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맛도 평균 이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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