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5.Net

메인메뉴

싯다르타와 불상 작성일 2010-07-04
어렸을 때 난 절을 싫어했다.
절 안 가득한 향 냄새,
자극적 색깔 때문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던 각종 탱화,
왠지 나를 노려보며 갈구는 것 같아 무섭다기보다 짜증났던 사천왕상,
무엇보다 금박으로 뒤덮힌 채 늘어진 귀밖에 안보이는 기묘한 불상 등등.

그러고보니 어렸을 때 뿐 아니라 지금도 계속 싫어하는 중이다.
문제는 절이 싫다보니 불교 자체마저 멀리했었다는 것.
뒤늦게나마 불교를 조금씩 공부하면 할수록 절 안에 근엄하게 앉아있는 불상과
인간 고타마 싯다르타 사이에 상당한 괴리감이 있음을 절감한다.

싯다르타는 부처이지만 불상은 싯다르타가 아니다.
불상은 관세음보살상처럼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불과하다.

석굴암 석불 같은 건 오래된 문화 유산이므로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지만
현대에도 계속해서 불상을 새로 만드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싯다르타 돌아가실 때 사성지(四聖地)를 통해 나를 기억할 수 있지 않겠는냐는
말씀 외에 불상 만들라고 하신 바 없고
부파 불교시대까지 전혀 불상이 없었음이 학술적으로 명백히 밝혀진 이 때에
여전히 불상을 고집하는 것은 넌센스고 시대착오다.

싯다르타는 옥황상제와 맞먹는 전지전능한 존재도 아니고,
손오공을 자기 손바닥 위에서 놀게 하는 존재도 아니고,
여래장을 창시한 무술 고수는 더더욱 아니고,
온갖 중생이 해탈할 수 있을지 없을지 수기를 내려 보증 서는 존재도 아니며
내가 이해한 그 분은 다만 이런 사람이었다.

왕자로 태어났지만 거지로 죽은 사람,
온갖 번뇌를 갖고 태어났지만 행복하게 죽은 사람.

내가 저 분처럼 죽는 순간을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지만
아무튼 이와 같은 의미에서 싯다르타는 몸 공부중인 나의 최종 멘토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불상은 아니다.
목록보기
분류 제목 작성일
운동 영화 스모크 2010-10-01
운동 현실 만족형 인간과 진화형 인간 2010-09-28
운동 살생 2010-09-28
운동 자연과학 2010-09-26
운동 고통 2010-09-22
운동 뉴튼법칙과 도덕법칙 2010-09-11
운동 하체 힘과 정두현 2010-09-10
운동 열반과 해탈 2010-09-09
댄스 몸 만들기 수련 2010-09-05
운동 외련, 내련 2010-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