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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해진 선생놈들 작성일 2021-07-05
내가 열심히 무술을 익히던 시절에 만난 선생 중에는
순수하고 겸손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칭 무술관장이랍시고 지가 차려 놓은 도장 안에서 무슨 왕이라도 된 듯,
존나 가오 잡고 유세 떠는 꼴깝도 있었다.
땅고 춤판도 마찬가지였다.
목에 힘 팍팍 넣는 채로 돈 내고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그것도 못하냐", "한 번 말하면 좀 알아 들으라"며 종종 면박주던,
선생이기에 앞서 인간성이 덜 된 꼴통이 간혹 눈에 띄어 거슬렸다.
아마도 그 인간에겐 땅고 배우겠다고 꾸역꾸역 모이는 사람들이 화수분처럼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덜떨어진 선생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배우러 온 사람은 처음 듣는 얘기이겠으나,
지도하는 사람 입장에선 똑같은 얘길 매일 반복해야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 같은 일상은 매너리즘에 빠지기가 쉽다.
그래서 "선생은 아무나 못한다".

최근 땅고판에서 알게 된 몇몇 사람과 잡담을 나누다 재밌는 얘길 들었다.
시건방지기 그지없던 그 선생이란 것들이 요즘에 꽤나 겸손해졌다는 것이다.
이유는 충분히 알것 같았다.
코로나 때문에 수입이 끊겼거나 큰 타격을 입자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는 목 깁스가 스르륵 풀려버린 것이다.
춤판에서 들은 얘기이긴 하지만, 짐작건대 무술 도장, 피트니스 센터 등등에서
운동 지도하던 이들의 처지 역시 비슷하리라고 본다.
이들 중엔 줄어든 수익을 회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몸을 낮춘 기회주의자도 있을 거고,
코로나 이전 자신을 찾아왔던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가를 새삼 깨달은 이도 있을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이 닥치면 순수하게 운동만 하는 사람들은
고지식하게 버티다 견디질 못해 떨어져 나가고,
외려 기회주의자들이 잘 헤쳐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고객의 Needs'에 발빠르게 잘 대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알곡은 사라지고 쭉쩡이들만 남아 시장을 왜곡한다.
이것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에 해당하는지?
나의 짐작이 틀려서 코로나 이후 좀 더 괜찮은 곳으로 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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