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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24년 후 작성일 2021-09-17
1997년 외환 위기 때 태어난 애들이 어느새 스물 네살이 되었다.
이것이 한국 사회에 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마도 1975년 생이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을 것이다.
직장을 못 구해 경력을 쌓지 못한 채 몇 년을 보내는 동안
새로 배출되는 졸업생에게 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몰릴 거란
전망을 담은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아마 예측대로 된 면이 상당할 듯하다.

내 주변엔 그 때 망한 집안이 꽤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큰 부자일수록 더 크게 망했던 것 같다.
우리집도 크게 휘청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영혼까지 돈을 끌어모아 간신히 살던 집을 지켜냈다.
부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보다 30~40년 정도 나이 많은 윗세대는 10년 정도 월급 모아 집을 살 수 있었다.
중동에 다녀 온 분은 훨씬 더 빨리 집을 장만했다.
'말죽거리 빨간바지'가 활동하던 80년대에 집값이 10배~몇십배 폭등했고,
앉아서 큰 재산을 모았다.
그 모든 걸 다급히 팔아치웠음에도 결국 연쇄 부도를 막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나보다 10~20년 정도 나이 많은 세대는 상당수가 직장에서 잘렸다.
재취업이 불가능해 궁여지책으로 치킨집 차렸다가 그나마 갖고 있던 돈마저 몽땅 날렸다.

얼마전 IMF 때 나름 잘나가시던 지인의 부친이 재기하려고 죽을 고생만 하다
결국 병을 얻고 요양원에 있단 흔하디 흔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
그나마 행려병자가 아닌 것을 감사해야겠지만,
본인도 자신의 말년이 그렇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안했을 듯.
현재 한국 사회는 겉보기엔 IMF 때 입은 상처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수출 실적이 코로나 이전을 앞질렀다는 소식을 들었다.
1975년생 졸업생이 떠 안았을 그 시절 고통, 대량 해고, 줄도산이 다 옛날 얘기일 뿐이다.
하지만 그 때 망했던 분 중 기사회생한 사람은 굉장히 드문 듯하다.
적어도 내 주변에선 그런 얘길 들은 바가 없다.
중산층은 서민층으로, 서민층은 빈곤층으로 내려 앉은 채 20여 년을 보내버린 경우 뿐이다.
코로나 때문에 죽을 맛인 자영업자들 보고 있으니 IMF 때가 떠오른다.

새삼 돈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한다.
요양원에 계신 그 분도 당연히 죽마고우, 불알 친구가 있는 거로 안다.
수중에 돈이 없으니 그딴 거 다 소용없다.
또는 현재 자신의 처지를 보여주기 싫어 일부러 연락을 기피하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참 구차해진다.
먹고 살려고 아등바등하는 동안 직업병, 지병 없이 건강한 사람이 드물다.

난 한량이면서 동시에 '길 가는 사람 = 도사(道士) = 구도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도사짓 하느라... 샐러리맨 생활을 해선
이 길로 들어갈 수 없어 한량처럼 산 것이다.
요양원에 계신단 그 분 얘길 들으며 문득 나의 말년을 생각해봤다.
지금은 개발자로서 근근이 먹고 살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이 짓을 할 수는 없다.
그 전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음 심각한 재정 위기가 닥칠 수 있다.
편안히 잘 가면 좋긴 하겠지만 최악의 경우 고독사를 해도 상관 없다.
내게 중요한 건 현재 붙들고 있는 화두를 어느 단계, 어느 깊이까지 깨닫고 가느냐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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