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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게 주어진 투표권 작성일 2021-11-14
내가 이십때 때 매스컴에서 '엑스세대'란 용어를 남용했듯,
요즘엔 '엠지(MZ) 세대'란 말이 그런가 보다.
둘 다 "꼰대는 이해 못할 젊은 것들"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단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나 역시 꼰대로서 손색 없는 나이를 먹은 관계로 엠지세대를 이해 못한다.
하지만 나보다 띠동갑 이상 나이 먹은 위쪽 꼰대와의 세대 차이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나이 먹으면 당-연-히 결혼해야 하고, 애 낳고,
30~40년 성실하게 직장 생활하다 은퇴해 죽는 인생의 레일에서 벗어나면
큰 죄인 취급하던 꼰대질에 진저리가 난다.

내가 만나는 20대라고 해봐야 무술 도장 아니면
돈벌이 하느라 나가는 사무실에서가 고작이다.
전자는 20대 남성, 후자는 20대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다.
꼰대인 나로선 이들과 잠시 잠깐의 대화도 쉽지가 않았다.
우선 기본적인 상식을 공유하고 있질 않은 경우가 많다.
가령 마릴린 몬로는 아는데 제임스 딘은 모른다거나,
비틀즈는 이름이나마 들어봤지만 핑크 플로이드는 듣보잡 취급하는 거.
지금은 익숙해져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한마디 하면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모를 수도 있죠"라는 말로 자신의 무지를 정당화하곤 했다.

내 윗세대는 10년 월급 모아 집을 살 수 있던 마지막 세대다.
요즘 직장인들 평균 월급이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대략 300만원 선이라고 하면,
최대한 아끼고 아껴 매달 200만원을 저축한다 했을 때
1년에 2,400만원이고 10년 죽어라 모아도 2억 4천.
여기에 정기예금 이자 + 은행 대출을 추가로 받는다고 했을 때,
3억원 대에서 집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에선 전세조차 빠듯하다.
단순히 산수만 해봐도 부동산 가격에 관한 MZ 세대의 분노와 절망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 세대 남자는 성의 역차별을 뼈아프게 실감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가 20대 때 '페미니즘'은 공감하고 지지해야 하는 상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변질돼버린 최근 페미니즘 속엔
'남녀 평등'이 아닌 '남성 타도', 나아가 '남성 지배'로 이데올로기화 돼버린 측면이 있고
그 결과 '메갈'이라는 싸이코 집단을 낳았다.
이 또한 나역시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엠지세대와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부분은
사회적 불평등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모든 인간 세상은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밑에 사람 있는 계급 사회다.
나는 이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줄여나가려고 노력하는 평등 사회를 지향한다.
그것이 우리 세대의 상식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한국의 20~30대는 이런 생각에 반대한다고 한다.
계급 차이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자기 자신이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겠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고 한다.
마치 컴퓨터 게임을 낮은 레벨에서 시작해 이른바 '만렙'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대로 자신의 삶 속에 투영한 듯 보였다.
이것이 이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한다.

정의당에서 비례대표 1번으로 나와 현재 국회의원 '짓'을 하고 있는
류호정 씨의 경우 '롤대리'란 반칙을 썼다는 걸로 젊은 세대가 크게 분노했었다.
그때에도 나는 한낱 게임에 속임수를 쓴 걸로 뭘 그렇게까지 화를 내냐며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자기는 상위 레벨로 가기 위해 PC 방에서 밤낮 열중하던 걸,
누구는 편안하게 앉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것이다.
그들에겐 이런 게 바로 '불공정'이고 참을 수 없는 최고 반칙이었던 것 같다.

지난 평창 올림픽 때 여자 아이스하키 팀에 갑자기 북한 선수를 몇명 집어 넣겠다고 했을 때
나는 남북 화합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찬성했지만,
엠지세대의 눈엔 '북한 하키 선수 = 롤대리짓을 한 류호정'과 똑같아 보였던 것 같다.

최근 '국민의 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엠지세대 상당수가 홍준표 씨를 지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홍준표 씨를 (자신이 상위 레벨로 가기 위한) '공정한 게임 룰'을 만들어 줄 사람으로 믿은 것이 아닐까?
1년 전 나라면 '홍준표 뒷조사(?)를 조금만 했어도 그의 실체가 어떤 지
금방 알 수 있을 텐데 어찌 그리 황당한 선택을 하지?'라며 어리둥절 했겠지만,
불평등한 구조 자체를 개선하기 보다 자신이 상위 레벨로 가길 원하는 욕구가 훨씬 강하다면
인간 홍준표의 개인적 결함 따윈 아무 문제가 아니고
오로지 자기자신에게 이익이 될 걸로 믿어 홍준표를 밀어준 것뿐이고,
그렇지 않구나를 깨닫는 순간 잽싸게 등 돌리고 반대편으로 갈아 타는 것 또한 대단히 쉽다.
이런 대중 심리를 한줄로 정리해 "엠지세대에겐 정파성이 없다"고 한 것 같다.

심지어 20대 투표율이 낮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투표 = 두 나쁜 놈 중 더 나쁜 놈을 떨어뜨리기 위해
덜 나쁜 것 같은 놈에게 표를 주는 행위'로 간주하고 늘 투표장엘 갔다.
즉 네가티브 투표를 한다.
그러나 20대는 확실히 이익이 될 거 같은 쪽이 보이면 투표하고
아니면 기권해 버리는 것 아닐까?
나는 '기권 = 결정장애'로 오해했는데 이런 맥락에서라면 그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단, 기권하는 방식이 잘못되긴 했다.
기권을 하더라도 투표장을 가서 무효표를 던져야 20대 투표율이 올라가
정치권에서 무시하지 못한다.
아예 투표장을 안 가면 개무시당하고,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사법부 + 검찰 + 언론이 힘을 합해 윤석열을 비호하고,
60대 이상이 윤석열을 전폭 지지하는 상황에서
20대 표심이 어디로 움직일지가 이번 대선의 주요 변곡점 중 하나다.
그들에겐 "한 표 줍쇼" 따위 알랑방귀는 안 통할 것이다.
구체적인 "Show me the money"를 보여주는 쪽이 표를 갖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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