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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방식을 택할 권리 작성일 2022-06-08
어렸을 때 신문에 나오는 부고 기사에서
자연사, 병사, 자살, 타살은 있어도 고독사라는 건 없었다.
고독사 자체가 없진 않았겠지만
홀로 사는 사람의 숫자가 많지 않았고
이웃 간 교류 또한 지금보단 활발해
죽은 지 한두 달 뒤 발견되는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같은 이유로 '이웃 사촌'이란 말은 사실상 사어가 돼버린 게 아닐까 한다.
최근엔 고독사뿐만 아니라
존엄사, 안락사 같은 용어도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다.

신문 기사에서 본 '노환', '숙환' 같은 용어를 나는 자연사와 같은 말로 봤다.
별생각 없이 이렇게 가는 걸 복 받은 인생이라고 여겼다.
가면 갈수록 과연 그럴까 의문이 생겨난다.
내가 사는 동네(=서울 광진구 자양동) 인근에
웬만큼 돈 있어선 못 가는 부자 실버타운이 있다.
아마도 건대 병원과 연계해 각종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닐까 짐작한다.
편안한 잠자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생을 보내고 난 뒤
거동이 불편해지면 요양 병원으로 들어가 VIP 대접 받으며 지내다
종말엔 대학교 영안실에서 장례 치르고 세상과 하직하는 거.
반면에 고독사는 확실히 불편하게 죽는 방식이긴 하다만,
전자와 후자 사이의 차이는 과연 얼마나 큰 걸까.
하객이 끊임없이 들락대는 성대한 장례식인들
이미 죽은 이가 뭘 알겠냐.

노화는 참 거지 같다.
몸이 점점 내 지시를 따르지 않고 버벅거린다.
끝내는 남의 도움 없인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까지 가버렸음에도
여전히 수명이 남아 있는 게 숙환 직전의 상황인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데 금은보화가 뭔 소용.
자연사는 좋은 게 아니었다.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은 자살을 중범죄로 간주해 절대로 안 한다.
그래서 가령 말기암이나 루게릭 같은 중병에 걸려
극심한 고통과 절망에 시달려도 자살을 못 한다.
나로선 정말 납득할 수 없는 멍청한 짓이다.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중풍으로 쓰러진 뒤
그 상태로 무려 3년을 더 살다 갔다.
작곡도, 반도네온 연주도 할 수 없이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본 채로 시간을 축낸다?
이거는 지옥이다.

사지가 멀쩡히 움직여질 때까지가 나의 살 날이다.
남의 도움이 없인 움직이질 못해 병원으로 들어가기 전
끝을 보는 게 품위 있게 가는 길이 아니겠냐.
개인적으론 팔, 다리가 말을 안 들어 땅고를 못 추게 되는 그날일지도 모르겠다.
또 돈이 다 떨어져 노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지경에 몰렸어도 그렇다.
나의 마지막을 원하는 때에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
모든 생명체는 죽는 순간을 회피하려고 하는 본능이 있다.
현재 내가 행하고 있는 마음공부가
언젠가 이 단계를 넘어가 버리길 바란다.

혹자는 나에게 돈 안 되는 글쓰기를 굳이 왜 하냐고 묻는다.
나에게 이 행위는 일종의 존재 증명과 같은 것이다.
만약 생각이 멈춰 쓸거리가 없어진다면,
아마도 나는 그것을 죽은 것과 같은 거로 간주할 것 같다.

아마도 최악은 치매에 걸려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간혹 제정신이 되돌아올 때마다
얼마나 커다란 자괴감에 빠질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다석 류영모가 이런 말년을 보냈다고 들었다.
너무 비극적이다.

얼마 전 뉴스에 알랑드롱이 안락사를 할 예정이라고 나왔다.
헐... 죽는 것마저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다니.
가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가진 재산을 모두 현금화해서 돈 떨어질 때까지
여기저기 여행 다니다 노상에서 가는 것도 내가 보기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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