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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코스프레 작성일 2017-12-02
지인 두 사람을 다른 사석에서 각각 오랜 만에 만났다.
두 사람의 나이는 40대 초반이었고 여성과 남성이었다.

잡담을 나누는 도중 자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성의 아이는 무슨 이유인지 짜증을 내었다.
큰 소리로 징징대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생생하게 들렸다.
엄마는 윽박지르지 않고 참을성 있게 아이를 설득하려 했느나 잘 먹히지 않았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포기한 듯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남성의 아이는 그 날 자신이 겪은 시시콜콜한 일을 보고(?)하려고 전화를 한 것이었다.
아마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모양이었다.
자식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어어, 그랬어? 잘했어~"라며 추임새와 칭찬을 하였다.
마지막엔 "사랑해~"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각각의 경우에서 목격한 이 두 광경은 나에게 무척 낯설었을 뿐 아니라 조금 기괴한 느낌을 받았다.
내 또래는 부모와 의견 충돌이 있는 경우 보통 싸대기를 맞고 굴복하였다.
(물론 따귀 때리는 짓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더구나 부자지간에 "사랑한다"와 같은 표현은 금기 중에서도 금기였다.
이런 상상하지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확실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받은 기괴한 느낌은 이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자식 교육을 위해 여러가지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들이 취한 행동은 마치 '교육론' 같은 책이나 강연을 통해 보고, 읽고, 들은 것을 토대로
배우처럼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던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익숙치 않은 나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나는 좀 거시기 했다.
내 윗 세대 부모는 책을 너무 안 읽어서 탈이었다면,
내 또래나 아래 세대 부모는 책을 지나치게 신봉하여 탈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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