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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고 수업 1년째 소감 작성일 2018-07-08
이미 한 두 번 한 얘기인 듯하지만 썰을 풀기 위해 부득불 한 번 더 해 보자면
2007년 경 땅고 음악에 꽂혀서 이런 저런 덕질을 시작하던 시기에
춤에도 관심이 생겼으나 유감스럽게도 돌팔이 남자 선생을 만나 크게 실망했다.
혹시나 하여 다른 곳을 몇 군데를 가 보니 설상가상 돌팔이만도 못한 양아치들 뿐이었다.
이렇게 흠뻑 찬물 세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이 꺼지질 않았다.
그래서 나 혼자 공부를 해 보자고 마음 먹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내가 가라데와 영춘권을 배우고 싶던 당시 서울엔 도장이 없었기 때문에
뜻이 맞는 지인 몇명을 모아 함께 책과 동영상을 보고 연구하며 독학한 경험이 있었다.
나중에 도장이 생겼을 땐 난 이미 관심이 시들해졌으나
함께 운동했던 파트너가 직접 수련에 참여하고 나서 우리끼리 수련하느라 잘못 이해했던 부분을 교정해 주었다.
하지만 기본 수련 방식과 운동 원리와 같은 본질적인 면에 있어선 큰 오류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연구하며 접근하는 방법에 자신감을 얻었다.
또 한 번은 유학자 집안에서 내려오는 '태격'(택견 아님)이란 오래된 무술 교본이 발견돼
역사 학자와 더불어 복원 작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경험을 쌓았다.
당연히 무술 뿐 아니라 춤도 가능하리란 확신이 있었다.

둘째, 영국식 볼룸 댄스 10종목을 5-6년간 익힌 상태였기 때문에
이의 연장선상에서 땅고 댄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또한 비록 실망스럽긴 했으나 돌팔이 선생을 통해 기본 스텝이나마 몇 달 간 익힌 것도 도움이 되었다.

셋째, 명상적 걷기 및 태극권 수련 경력이 이미 10년을 넘어가고 있어
세상 모든 몸 움직임이 결국은 척추펴기(=정두현)와 등펴기(=함흉발배)로 귀결되고
더 근본으로 들어가면 몸 안의 한 점인 속알(=무게중심 + 속근육)을 얼마나 깊이 각성하느냐가
내공의 깊이 차이임을 뼈져리게 인식하던 때였다.
땅고 댄스 또한 여기에서 절대로 벗어날 리 없으므로 이 관점으로 접근 가능하리라고 보았다.

스스로 연구하여 원리를 발견하면 예전에 볼룸 댄스를 함께 배웠던 여자 분께 양해를 구하고
이런 저런 실험을 하며 틀린 점을 수정하였다.
그렇게 2-3년 계속 삽질을 했더니 어렴풋하게 감이 왔다.
1-2년 더 삽질하니 땅고 댄스 체계 뿐 아니라
왈츠, 폭스트롯, 퀵스텝, 차차, 룸바 등... 그동안 수동적으로 주워 듣기만 하였던
영국식 볼륨 댄스 구성 원리까지도 덩달아 알게 되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2012년에 '명상적 걷기'를, 2014년에 '더불어춤, 땅고' 책을 출판하였다.
즉 '더불어춤, 땅고'의 핵심 내용은 명상적 걷기 이론 +
태극권의 붕(Ward-off), 리(Roll Back), 제(Press), 안(Push) +
영국식 볼룸댄스를 짬뽕한 것이다.
이듬해엔 책이 너무 두꺼워진다는 출판사의 권유로 잘라내야 했던
땅고 음악 관련 원고를 다시 다듬어 개인 출판 형식으로 '썸댓땅고'란 책을 하나 더 썼다.
이렇게 나의 땅고 덕질은 일단락되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혼자 운동하고, 음악 듣고, 글 쓰는 짓을 몇 년 반복했더니
어느 날 문득 좀 외롭다는 느낌이 찾아왔다.
이 감정을 방치하면 나중에 큰일날 것 같아 억지로라도 사람 만날 구실을 만들기 위해
그 동안 담을 쌓았던 취미 생활 두 가지를 다시 시작했다.
녹슨 클라리넷을 꺼내 들고 아마추어 윈드 오케스트라에 참여하였고,
모처에서 행하는 땅고 댄스 수업을 찾아갔다.
간만에 낯선 여성과 아브라쏘를 하고 음악에 맞춰 걸으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작년 8월에 첫 수업을 참가하였으니 어느새 1년 시작이 흘렀다.
가라데와 영춘권을 독학하고 나서 한국에 도장이 생긴 후 틀린점을 체크할 수 있었듯
혼자 연구하여 쓴 '더불어춤, 땅고'도 같은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비교, 검토 작업이 이뤄졌다.
건방지게 말하자면 내가 옳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책을 낸 것이다.
잔가지에 사소한 오류는 있을 수 있겠으나 나무 뿌리 자체가 흔들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틀리지 않았구나'를 확인했다는 점에선 조금 뿌듯하긴 하다.

이 단체에서 행하는 수업의 핵심을 나 나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초급) : 걷기 & 박스(Box=발도사(Baldosa))
    2단계(초급심화) : 살리다(Salida) & 오초(Ocho)
    3단계(초중급) : 코너 체인지(Corner Change=꾸니따(Cunita)) & 오초 꼬르따도(Ocho Cortado)
    4단계(준중급) : 내추럴 턴 & 리버스 턴(=Cambiar de Dirreccion con Caminata)
    5단계(중급) : 히로(Giro) & 사까다(Sacada)

이런 수업 체계, 꽤 좋아 보인다.
다만 땅고 댄스 자체가 내포한 딜레마는 어쩔 수 없어 보였다.
대표적으로 무술의 '십자경'에 해당하는 춤용어가 CBM(Contrary Body Movement)인데
나는 십자경 원리를 깨닫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내가 몸치이기 때문에 학습 능력이 더디다는 것은 인정한다.
아무리 그래도 최소 3년은 걸리지 않겠는가?
그런데 땅고 댄스 시작하고 불과 4-5달이 지난 시점에서 CBM을 언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CBM을 깨달아야 한다며 3년 내내 걷기만 시킨다면 누가 계속 붙어 있겠는가?
어쩔 수 없이 충분히 숙달이 안 된 상태에서 새로운 스텝을 계속 가르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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