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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지구와 바람과 별과 땅고 작성일 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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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SF 소설이나 한 번 써 볼까 맘 먹었으나
처음부터 창작은 엄두가 나지 않아 습작삼아 패러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가
본인의 작가적 상상력이 매우 빈곤함을 깨닫고 중도 포기.
그래도 안 돌아가는 머리 굴리느라 나름 고생을 하긴 한 만큼
허접하더라도 마무리는 짓고 싶어 지난 며칠 삽질을 하였음.
but 어설픈 부분을 다 손보자니 돈 안 되는 일에 시간을 너무 뺏길 것 같아 배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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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지구와 바람과 별과 땅고 ... written by Ken

지구 북반구에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면 국자 모양으로 생긴 일곱 개의 별이 보인다.
까마득한 오래전 그 때엔 이 광경을 볼 수 없었다.
아직 태양계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곱 별 중 하나인 천권성을 항성으로 하여 공전하는 행성에
고도의 지식을 축적한 종족이 번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을 가리켜 '고탄'이라고 불렀다.
고탄은 '깐돔베', '아바네라', '빠야다'란 세 종족이 모인 연합체였다.
빅뱅 후 급팽창 사건으로 갑자기 우주가 만들어지고 얼마 안 있어
최초 진화를 시작한 초기 우주 지적 생명체는 여럿 있었지만
대다수가 문명 초기에 나타난 환경오염, 핵전쟁 등에 의해 자멸하고 말았다.
하지만 고탄은 살아남아 기술력을 발전시켰다.

세 종족은 각자 특별한 기술을 보유하였다.
깐돔베족은 포스(force)를 써서 에너지를 물질로,
물질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짓에 능하였다.
아바네라족은 유전자 디자인에 능할 뿐 아니라 탄소 원자를 주물럭거려
생명체를 만들 수 있었다.
빠야다족은 차원 여행자들이었다.
그들은 특정 시공간을 임의로 왜곡시킴으로써
자연 상태에서 수억 년 걸리는 진화 과정을
수십 년으로 단축시키는 힘을 갖고 있었다.
먼 훗날 지구인이 기록한 역사책에는
물질세계를 창조했기에 파괴할 수도 있는 깐돔베를 브라흐마로,
생명을 디자인하고 창조하고 때때로 실패작을 멸종시키기도 한 아바네라를 시바로,
빠야다는 변화 및 유지를 관장하는 비슈누란 이름으로 남겨질 것이었다.

그 날의 고탄 평의회는 다른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걷던 세 종족이 한 자리에 모여
거대한 도약을 논의하였다.
핵심 의제는 새로운 태양계의 창조 및 자신들의 유전자를 계승한
지적 생명체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위대한 도약에 축복을!"

장고 끝에 말을 꺼낸 이는 깐돔베족 원로인 끄리오요였다.

"논의와 실험은 할 만큼 하였으니
이젠 그것을 직접 해보지 않으면 결론을 내릴 수 없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각자의 기술을 흔들림 없이 신뢰하고 있잖습니까?
만의 하나 오류를 지나치게 염려하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실패 가능성을 전혀 무시할 순 없으니
북극성 기준 4-500광년쯤 떨어진 공간에
새로운 태양계를 만든다면 혹여 잘못 되어도 우리에게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다른 원로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참을 약속하였다.

평소 깐돔베는 E=mc^2에 의해 물질과 에너지를 변환시키곤 하였다.
하지만 앞으로 진행할 태양계를 만들려면
그들로서도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하였다.
고심 끝에 그들은 은하계 중심에 있는 거대 블랙홀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광장에 모든 깐돔베가 모였다.
이른바 '꼼빠르사' 대형으로 서서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북에서 나오는 진동파가 블랙홀에 다다르자 서서히 시공간이 비틀리더니
마침내 웜홀이 만들어졌다.
블랙홀의 초고밀도 물질이 웜홀을 통해 이동을 시작했다.
텅 빈 공간에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화이트홀이었다.
훗날 지구인들이 역사책에 "신이 이르되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고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짤막히 기록한 순간이었다.

사방팔방으로 원자들이 발산되는 걸 지켜보던 깐돔베는
충분한 양에 다다랐다 느꼈을 때 두번째 북을 두드려 암흑물질을 섞기 시작했다.
암흑물질에 의해 중력장이 만들어졌다.
주변으로 수소 원자가 모여들었다.
중력이 더 강해지자 원자들이 한 점으로 수축하더니 마침내 최초의 불꽃,
핵융합이 시작되었다.
깐돔베는 접시돌리기 하듯 이 불꽃을 회전시켜 태양을 만들었다.
태양 주변으로 이합 집산해 있던 원자들이 이 회전력을 따라 움직이며
각자 적당한 공간에 모여 중력장을 형성하였다.
이렇게 하여 행성이 만들어졌다.
시뮬레이션 한 바대로 창조된 태양계를 바라보며 흐뭇해했다.

깐돔베에 이어 아바네라가 나설 차례가 되었다.
새로 만든 태양계에는 탄소 기반 생명체를 만들기에 적당한 행성이 두 곳 있었다.
우주선을 타고 훗날 지구인들이 '화성'이라 부를 곳에 도착하여
단체로 룸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얌부'를 추자 원시대기가 만들어졌다.
템포를 바꿔 '와완코'를 추자 곳곳에 단세포 유전자가 뿌려졌다.
뒤이어 빠야다가 나서서 진화 과정을 촉진시키려는 찰나
예상치 못한 비극이 일어났다.
목성을 돌던 위성 하나가 떠돌이 혜성과 충돌한 것이다.
파편이 대거 쏟아져 나와 화성 표면을 폭격하였다.
그 결과 화성 내부 코어가 손상돼 자기장이 모조리 날아가 버려
회생 불능한 불모지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화성이 방패막이가 돼 준 덕분에 지구는 무사했다.
뿐만 아니라 파편들이 화성과 목성사이를 돌며 소행성대가 형성돼
지구를 위협하는 거대 혜성을 막아줄 훌륭한 방패막이가 되었다.
화성에서의 뜻하지 않은 실패를 거울삼아
아바네라는 지구에서 두번째 생명 창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어 빠야다들이 앞으로 나서선
"그라씨아스알라비다, 그라씨아스알라비다..."라고
누에바깐시온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앞당겨진 진화로 인해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태어났다.

"이제 우리의 형상을 닮은 피조물을 만들 때가 왔습니다!"

아바네라족의 원로 꼼빠이 세군도의 말이었다.
그들로서도 처음 도전하는 일이었다.
고탄은 자신들을 닮은 생명체를 만들고자 행했던 지구 내 실험 구역을
'보카'라고 불렀다.
보카 안에선 수많은 초기 실패작들이 나왔다.
파충류를 이용하여 만든 공룡은 자신들과 같이 직립 보행은 가능했으나
지능이 현저히 낮았고 통제할 수 없는 난폭함을 나타냈다.
방향을 바꿔 포유류로 전환하였다.
겉모습은 자신들과 상당히 닮은 존재로 만들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패가 계속되었다.
무엇보다 이성과 감성을 한 존재에 공존시키기가 어려웠다.
결국 그들은 유전자 속에 이성과 감성 요소를 모두 넣되
감성 능력은 발현되지 않도록 잠그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비록 완전하진 않아도 자신들을 상당히 많이 닮은,
탄소에 기반한 안드로이드가 탄생하였다.
그들은 이 생명체에게 자신의 이름인 '고탄'을 뒤집어 '탕고'라 했다.
나중에 사투리가 섞여 '땅고'로 바뀌었다.

보카에서 탄생한 최초의 안드로이드인 땅고는
고탄의 예상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피조물이었다.
외모가 훌륭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똑똑했다.
자신감을 얻은 고탄은 땅고의 XX 염색체 일부를 XY 염색체로 바꿔
또 하나의 원형을 만들었다.
둘을 구별하기 위해 첫 번째 피조물인 암컷 땅고에겐 '에바'를,
두 번째 피조물인 수컷 땅고는
에바 유전자를 한번 꼬았다 푸는 과정에서 나왔단 의미로 '살리다'란 이름을 붙였다.
확실히 XY 염색체는 XX 염색체만큼 완벽하진 않았다.
이따금 고탄의 말귀를 못 알아들을 때도 있었고,
때때로 오류가 발생하며 폭력적, 자기중심적인 면을 띄기도 했다.

두 땅고에게 보카 구역은 최적의 장소였다.
사시사철이 없는 늘 쾌적한 날씨와 달콤한 음식들이 지천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각자 따로따로 잘 지낼 뿐이었다.
반복되던 실패를 끝내기 위해 감정선을 봉인한 결과
에바와 살리다는 희노애락을 거의 느끼질 못하는 듯했다.

땅고 창조 프로젝트 구성원 중에는 까를로스 꼬비안이라는 연구원이 있었다.
매일 에바와 살리다의 행동 패턴을 기록, 관찰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두 땅고에게 성심껏 애정을 다했다.
여성 편력이 있었던 그는 에바의 육체를 사랑했다.
은근슬쩍 에바를 유혹해 보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긍정이나 부정이 아니라 무반응이었다.
그저 로봇과 같은 기계적 일상을 반복할 뿐이었다.

"아무런 감정이 없다니!"

프로젝트 후반기에 투입돼 전후사정을 잘 몰랐던 까를로스는
이를 중대한 오점이라 여기 상부에 보고하였다.
하지만 추이를 계속 관찰하여 보고하라는 지시만 돌아올 뿐이었다.
스스로 원인을 밝혀보리라 결심하고
동료 분자 생물학자인 까를로스 가르델의 도움을 받아
땅고의 유전자 지도를 일일이 검토하였다.
밤낮없이 일한 결과 마침내 두 땅고의 일부 유전자가
원자 하나 차이(=Por Una Atomo)로 어긋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면 틀림없이 실험을 멈추라고 할 거야."

까를로스가 가르델에게 말하였다.

"그럼 어찌할 건가?"

"틀린 유전자를 바로 잡아야지.
저것은 차마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네."

보카 중심에는 '밀롱가'라는 금지 구역이 있었다.
에바와 살리다는 보카 어디든 자유롭게 거닐 수 있었지만
단 하나, 이곳만큼은 들어갈 수 없었다.
까를로스는 문제의 해결책이 그 곳에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유전자 뿐 아니라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땅고에게 밀롱가로 들어가 보라고 권유했지만 까를로스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밀롱가에 특별한 잠금 장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반항할 줄 모르는 땅고는 금지구역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고탄의 명령을 충실히 따를 뿐이었다.

까를로스는 동료이자 천재 해커인 마토스 로드리게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고탄의 메인 컴퓨터인 '라 꿈빠르씨따'에 접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로드리게스는 라 꿈빠르시따의 루트 권한을 획득할 수 있게 도와 주었다.
까를로스는 에바에게 봉인돼 있던 밀롱가 출입 금지 명령을 해지하였다.
에바가 밀롱가 안으로 들어가자 살리다 또한 따라 들어갔다.
그곳엔 하인리히 반트란 발명가가 고안한 특수 네온사인 광선을 발사하는
'반도네온'이란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두 사람이 밀롱가 안을 서성이자 생명체를 감지한 반도네온에서 광선이 발사돼
두 사람의 몸을 휘감았다.
그 순간 어긋나 있던 유전자가 원래대로 맞춰졌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두 땅고의 귀에 낯선 울림이 감지되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까를로스에게 물었다.

"이 소리는 뭐지요?"

"우리는 이것을 '음악'이라고 부르지..."

사실 음악은 처음부터 밀롱가를 흐르고 있었다.
두 땅고에게 들을 귀가 없었을 뿐...
반도네온 광선을 맞고 나서 그것을 처음 감지한 것이다.
까를로스는 두 사람에게 음악에 맞춰 함께 걷는 법, 즉 춤을 가르쳤다.
살리다와 에바는 봉인 해제된 감정을 발산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두 땅고가 밀롱가에서 춤추고 있다는 사실을
고탄 원로들이 알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황한 고탄은 긴급 회의를 소집하여
아무 협의없이 단독 행동한 까를로스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끝없이 밀어 올리는 형벌을 구형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 예측하였던 까를로스는 담담하게 판결을 받아들였다.
훗날 이 같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켜
'노스딸히아스(Nostalgias)'란 명곡을 남겼다.
또한 고탄은 심혈을 기울였던 땅고 창조 프로젝트 역시
실패한 것으로 결론짓고 보카 구역 밖으로 쫓아 내버렸다.
하지만 밀롱가에서 반도네온 광선 세례를 받은 땅고에게
이같은 추방은 시련임과 동시에 새로운 자유이기도 하였다.
이미 맘 속에 음악이 흐르고 있었으므로
땅고가 어디로 가든, 어디에 있든, 그곳이 곧 밀롱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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